미국의 크래프트 맥주와 사이더를 한국의 맥주 애호가들과 나누고자 수입사 원월드비어를 만들었다. 미국 맥주 양조 협회 (Brewers Association)와 미국 사이더 협회 (American Cider Association) 회원이며, 크래프트 맥주를 사랑하고, 크래프트 맥주를 만들고 즐기는 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더욱 사랑하는 마케터로 활약하고 있다.
들어가며
트랜스포터 독자 여러분, 2022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아직도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제한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시원한 맥주 한잔과 함께 하는 마음의 여유를 간직하다 보면, 올 해는 꼭 코로나에서 벗어나는 때가 오리라 믿어 봅니다.
작년에 이어, 2022년 첫 트랜스포터 인사는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 소식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2022년에도 작년에 말씀 드렸던 세 가지 키워드, ‘웰빙과 프리미엄’, ‘코로나’, 그리고 ‘헤이지와 사우어’ 트렌드는 그대로 이어 질 텐데요. 그러면, 올 해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는 어떠한 주제가 뜨겁게 논의 될 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시지요.
2022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동향
⦁ 헤이지- 작년 Great America Beer Festival에서 최다 출품 카테고리를 차지한 것이 증명하 듯, 헤이지 IPA의 인기는 2022년에도 계속 되리라 보입니다. 다만, 9,000여 개에 달하는 미국 크래프트 양조장 대부분에서 어떠한 형태 든 한 가지 이상의 헤이지 IPA를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같은 카테고리의 맥주가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최근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라거 (Larger)의 귀환을 보면, 헤이지 뿐 만 아니라, 과일, 스무디, 과자, 초콜릿, 케이크 등의 맛이 첨가된 아주 특색 있고 다양한 맥주 맛을 추구하던 미국 맥주 팬들 중 일부는 분명 구관이 명관이라는 생각으로 전통적이고 덜 복잡했던 맥주 카테고리를 찾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다양한 헤이지 IPA와 과일 사우어 맥주의 인기는 2022년에도 꾸준히 이어지면서, 한 동안 소외 되었던 전통적이고, 직관적인 맥주들의 귀환은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또 다른 다양성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특색이 될 것 입니다.
⦁ 코로나- 코로나가 미국 맥주 시장에 가져온 큰 변화 중의 하나는 크래프트 맥주의 온라인 판매가 급증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마실 수 있던 유명 맥주들이 클릭 몇 번으로 대문 앞까지 배달이 되고 (물론, 기다리는 것 마저도 큰 재미이고, 기억에 남을 경험이겠지만), 먼 거리 때문에 방문하기 힘들었던 양조장의 유명 맥주들을 쉽게 집에서 경험 할 수 있게 된 것이 코로나가 맥주 애호가 분들에게 가져다 준 유일한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반면, 코로나로 인한 전세계적인 물류 대란, 그리고, 각종 재료 및 원자재 부족은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크래프트 양조 업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 맥주 가격 인상- 불행히도 최근 맥주를 담을 캔과 병의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는데, 예를 들어 미국 크래프트 양조장에 알루미늄 캔을 제공하는 가장 큰 회사 중의 하나인 볼 코오퍼레이션 (Ball Corporation)은 올 해부터, 20% 선에서 최대 50%까지 자사 캔 가격의 인상을 예고 하였으며, 최소 주문량 또한 기존 한 트럭 분 (약20만개)에서 다섯 트럭 분 (약 백 만개)으로 증가 하였습니다. 이 경우, 캔 자체 가격 인상과 더불어, 최소 백 만개의 캔을 보관 해야 하는 물류 비용까지 양조장의 부담을 가중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2021년에도 계속 된 세계적인 이상 기후 현상으로 인하여, 맥주의 필수 재료인 홉 등의 흉작으로 인한 원재료 공급난 또한 미국 크래프트 계에 커다란 어려움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좋은 홉을 가장 많이 제조하는 워싱턴 주에서도, 작년에 발생한 역사적인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홉들이 타 죽어 버린 상황이 발생 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크래프트 맥주 산업 전반에 걸쳐서 좋은 홉 부족 현상이 심화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봤을 때, 올 해에는 다수의 양조장들이 맥주 가격을 인상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요, 모쪼록, 올 해 안으로 코로나도 사라지고, 물류 및 물가를 포함한 많은 것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 오기를, 아울러,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환하게 웃으며 시원한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기를 기대 해 봅니다.
⦁ 웰빙- ‘부어라, 마셔라’가 아닌 즐기는 슬기로운 주류생활이 우리 사회 전반에 점점 뿌리를 내리고 있고, MZ세대와, 한 때 폭탄주와 3,4차를 쉽게 내달리던 X세대 등 기성 세대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크래프트 맥주, 사이더, 와인 등의 다양한 주류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혹은 나 혼자서 ‘즐기는’ 시대 트렌드에 맞추어, 저 알콜 맥주, 다양한 과일이 들어간 맥주,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한잔 할 수 있는 하드 셀처와 같은 Ready-To-Drink (RTD) 제품의 성장률은 2022년에도 꾸준히 증가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크래프트 맥주와 과실주와 탄산 음료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면서, 다양한 술들이 융화되고 있는 트랜드도 재밌는 부분입니다. 과거, 맥주에 오렌지나 라임 한 조각의 과일을 병에 올려서 마시는 것이 전부였다면, 최근에는 망고, 체리, 레몬, 딸기, 복숭아, 구아바, 수박, 살구, 파파야 등을 넣은 맥주들, 심지어 스무디, 땅콩 버터, 케이크, 쿠키 맛까지, 정말 다양한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지요? 또한, 맥주와 와인의 장점을 가지면서도, 가볍게 마실 수 있는 깔끔한 애플 사이더 또한 맥주 애호가 분들의 미각을 새롭게 유혹하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종종 과일이 들어 간 사우어 맥주를 마실 때나, 마찬가지로 과일이 들어 간 애플 사이더를 마시다 보면, 다른 듯, 같은 듯, 그 비교 시음하는 것이 참 재미있는 경험인 것 같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포도가 아닌, 몸에 좋은 사과를 발효하고 숙성 시켜 만든 애플 와인 또한 그 인기를 몰아 가고 있으니, 점점 하나의 주류 카테고리를 넘어서 다양하고, 고급스러우면서도 건강을 신경 쓸 수 있는 주류들이 많아 지는 경향입니다. 아울러, 탄산수 인지, 물에 술을 탄 것인지 때문에 아직 우리 나라 맥주 팬들에게는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대략 800-900개의 하드 셀쳐 (Hard Seltzer) 스타일의 맥주와 사이더가 있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하드 셀처 카테고리 역시, 올 해에도 그 인기가 계속 상승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집 술- 코로나로 인하여, 우리나라에서도 가정에서 다양한 술을 즐기는 트렌드가 유행하고 있는 것 처럼, 미국에서도 집에서 크래프트 맥주를 소비 하는 경향이 폭발적으로 늘어 났습니다. Off-Premise 매출 (주류를 판매장소가 아닌 다른 허가된 집, 캠핑장 등의 장소에서 마시는 경우)은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On-Premise 매출 (브루어리, 펍, 식당 등에서 주류를 바로 마시는 경우)과 비교하여 맥주 소비의 큰 비중을 차지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가장 유명한 맥주 평가 애플리케이션 중의 하나인 Untappd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크래프트 양조장을 찾는 고객의 연령층 또한 변화가 있었는데, 21세에서 30세 (미국은 만 21세부터 합법적으로 주류를 소비 할 수 있습니다.) 연령의 비율은 크게 증가한 반면, 기존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던 31-40세 고객의 비율은 하락 하는 현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로, 예전에 크래프트 양조장에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 단위로 방문하던 31-40대 연령 층이, 가족, 특히 아이들의 코로나 감염 등을 우려하여, 양조장 대신 집에서 술을 즐기는 트렌드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Untappd의 모 회사인 넥스트 그래스 (Next Glass)의 CEO인 트레이스 스미스 (Trace Smith)씨는 설명하였습니다. 재밌는 변화 중에 하나는, 코로나로 인하여 집에서 술을 마시는 이용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Untappd측은 앱에 마시는 장소에 ‘집’ 카테고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추가 하였으며, 코로나가 한 참 심할 시점에는 집에서 마신 맥주의 후기를 올리는 이용자 비율이 전체의 최대 83%까지 차지하기도 했다 고 합니다.
⦁ 낮은 IBU- 코로나 등으로 세상이 많이 힘들어져서 그럴까요? 혹독한 세상 살이에는, 더욱 부드러운 맥주를 원하게 되나 봅니다. 역시 Untappd 분석에 의하면, 2019년 평균 20이 넘던 IBU 트랜드는 2021년 말, 15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하네요. 정확한 이유를 아직 분석 중이지만, 삶이 혹독 해지니, 더욱 부드러운 맥주가 더욱 간절히 느껴 진 것이 아닐까요?
⦁ 뜨는 오래곤- 트랜스포터 독자 여러분들은 미국 어느 주의 맥주를 더 좋아하세요? 과거 어느 항공사의 광고처럼, ‘미국 맥주 어디까지 마셔 봤니?’가 떠 오르네요. 아시는 바와 같이 미국의 많은 주들이 다양하고 훌륭한 양조장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 잘 나가는 몇몇 주를 말씀 드리면, 미국에서 인구 1인당 가장 많은 양조장을 가지고 있으며, 뉴 잉글랜드 스타일 맥주의 시초라고 알려져서 더욱 유명한 알케미스트 (The Alchemist) 양조장이 위치한 버몬트 주,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홉의 생산지이기도 한 워싱턴 주, Bell’s가 위치한 미시간 주, 가는 곳마다 어디라도 양조장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콜로라도 주, 그리고 에일 스미스 (AleSmith), 발라스트 포인트 (Ballast Point) 등이 위치한 캘리포니아 남쪽의 샌디에이고에서 시작하여 북쪽의 러시안 리버 (Russian River), 라구니타스 (Lagunitas), 베어 리퍼블릭 (Bear Republic)이 위치한 소노마와 나파 지역까지 이어지는, 정말 환상적인 양조장들이 모여 있는 캘리포니아는 맥주 애호가라면 꼭 가보고 싶은 맥주의 천국이지요? 미국 양조 협회(Brewers Association) 자료 기준으로 총 958개의 양조장이 캘리포니아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전체 50개 주 중에서 가장 많은 수 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캘리포니아 주를 넘어서 크래프트 맥주 애호가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곳이 있으니, 최근 맥주 관련 잡지들과 블로거들이 선정한 가장 유명한 크래프트 맥주의 성지는 오래곤 주가 차지 하였습니다! BA자료 기준으로 총 312개의 양조장이 있는데, 이는 미국 내에서 11번째에 그치는 수이나, 과일 사우어 맥주의 대표 주자인 Great Notion Brewing Co.를 포함하여, 나이키 초기 멤버였던 Bob Woodel이 만든 Rogue, 그리고 Hair of the Dog와 Deschutes등 전통적으로 유명한 양조장들 뿐만 아니라, Breakside Brewery, pFriem, Oakshire, Ecliptic, Cascade, StormBreakers 등등 미국 크래프트 맥주의 최신 트랜드를 이끌어 가는 새로운 양조장들도 전세계 맥주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Portland Cider Company, 2 Towns Ciderhouse 등 미국을 대표하는 애플 사이더 양조장들도 오래곤에 위치하고 있으니, 다음 번 미국 여행에 오래곤 주 양조장 투어를 꼭 고려 해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크래프트 맥주라는 말 그대로, 어떠한 트랜드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크래프트 정신에서 벗어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러시안 리버, 베어 리퍼블릭, 라구니타스, ACE 사이더 등의 세계적인 양조장과 한 동네 주민으로 살면서 듣고, 느낀 점들, 그리고 한국 맥주 애호가 분들에게 더 좋은 맥주를 소개 드리고자 열심히 캘리포니아, 오래곤, 워싱턴 주 뿐만 아니라 멀리 동부의 양조장 분들과 만나고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그리고, 저희 원월드비어가 회원으로 속한 미국 양조 협회(Brewers Association)에서 배운 내용 등을 열심히 정리한 2022년 미국 크래프트 맥주의 동향을 전해 드렸습니다.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트랜스포터 애독자 분들처럼 맥주를 좋아하시는 소비자께서, 새롭고 다양한 맥주와 사이더를 직접 시도해 보고, 느끼면서 여러분 자신에게 맞는 크래프트 맥주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겠지요? 최근 Great American Beer Festival 에서 정의한 크래프트 맥주 카테고리만 98개 이고, 스타일은 거의 180여개가 됩니다. 그 중 라거만 18가지 카테고리가 있고, 에일 맥주는 46개의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그 중, 최근 Hazy IPA가 가장 뜨거운 카테고리라고, 계속 Hazy IPA만 즐기다 보면, 다양한 맛과 향의 크래프트 맥주들 중에, 정말 내 영혼의 맥주를 찾을 기회를 놓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시 모를 일이지 않을까요? 당신의 진정한 인생 맥주는 아직 단 한 번도 당신과 만난 적이 없을지도…
그럼, 2022년에도 즐겁고, 건강하게 좋은 맥주 즐기시면서, 멋진 일들만 가득한 날들 되시기 기원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