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호 캘리포니아 사이더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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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명 양조장 탐방- 캘리포니아 사이더 컴퍼니 (ACE 사이더), 하우스 가족과의 대화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와 사이더 및 그 문화를 한국의 맥주 애호가들과 나누고자 수입사 원월드비어를 만들었다. 미국 맥주 양조 협회 (Brewers Association)와 미국 사이더 협회 (American Cider Association) 회원이며, 맥주를 사랑하고, 맥주를 만들고 즐기는 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더욱 좋아하는 마케터로 활약 중이다.

들어가며

트랜스포터 독자 여러분, 무더운 여름이지만, 시원한 맥주 한 잔의 행복과 함께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지요? 최근 들어서, 그냥 시원한 맥주를 넘어, 다양한 종류의 수제 맥주, 그 중에서도 여러가지 과일 맛 맥주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오래 동안 우리 주류 문화에는, 군기 잡던 선배들의 강요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던 냉면 사발식이 있었고, 존경하는 부장님 이하 전 부서원의 필참 명령에 따라, 상사분들이 전해주는 너무나 흥미진지(?)한 라떼 설화를 경청하며, 선사하시는 폭탄주에 내 한 몸 완파 될 때까지 마셔야 하던 무수한 밤들도 있었지요. 그 나름의 향수가 있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주류 문화는 최근 들어서, 나 자신을 위하여,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맛있고 다양한 술을 즐기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MZ세대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X세대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그와 함께, 다양한 수제 맥주, 그리고 그 동안 우리 나라에서는 많이 알려 지지 않았던 애플 사이더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원조 과일 맛 술, 미국 시장에서 최근 10년간 10배 이상의 성장률과 함께, 맥주나 와인과 비교하여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애플 사이더에 대하여 전해 드립니다. 그 중에서도 글로벌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양조장을 제외하고서 미국 내에서 가장 큰 매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ACE사이더로도 유명한, 캘리포니아 사이더 컴퍼니의 창업인 인 제프리 하우스 (Jeffrey House)씨와 그 가족과 나눈 이야기를 트랜스포트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ACE 사이더와 하우스 패밀리

지난 트랜스포터 12호에서 소개 드렸던 러시안 리버 브루잉 컴퍼니가 위치하고 있는 소노마 카운티 (Sonoma County)는 샌프란시스코 북쪽 100km정도에 위치하며, 옆 동네 나파 밸리와 함께 세계적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와이러리 뿐만 아니라, 소노마의 대표적 양조장들로는 말씀 드린 러시안 리버, 멍멍이 로고로 유명한 라구니타스 (Lagunitas), 캘리포니아의 상징인 곰표 맥주, 베어 리퍼블릭 (Bear Republic), 그리고, 오늘 소개 드릴, ACE사이더라고도 불리는, 캘리포니아 사이더 컴퍼니가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사이더 컴퍼니 (이하 ACE사이더)는 미국에서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족 경영 사이더 양조장일 뿐만 아니라, 가장 상을 많이 받은 사이더 브랜드, 미국 최초의 사이더 펍, 미국 서부 최초의 사이더 양조장, 세계 최초의 파인애플 사이더 개발, 세계 최초 펌프킨 사이더 개발 등, 다양한 최초와 최고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임팩트 (Impact) 매거진의 핫 브랜드 상을 지난 10년간 한 번도 빠짐없이 받은 브랜드라고도 하네요. 이런 ACE사이더는 영국 출신 제프리 하우스씨가 1993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 만든 회사입니다. 1970년대, 제프리는 단돈 $,1000불 (약120만원) 달랑 들고, 가족과 사랑하는 여자 친구를 남겨 둔 채,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서 미국으로 건너오게 되는데, ACE사이더를 만들기 전에는 런던 프라이드 (London Pride) 등 영국 주류를 미국에 수입 판매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영국 신사 답게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샌프란시스코의 모든 펍들에서 영업을 하던 그는 펍 오너들과 손님들에게서 런던 프라이드에 대한 F로 시작되는 욕을 자주 듣는 고초를 겪었다고 합니다. 특히, 모든 아이리쉬 펍에서는 그러한 푸대접이 더욱 심하였다고 하네요. 그렇지만, 사랑하는 부인과 가족을 위하여, 묵묵히 가장의 역할을 해야 했다고 합니다. 가족 이야기가 나왔으니, 영국에서 한 동네에 살던 부인 엔젤라 제프리는, 서로 알고 지낸 지 무려 45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미국으로 건너온 후, 몇 년 동안의 미국과 영국 장거리 연애에 성공했고, 36년 전 라스베가스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엔젤라는 영화 스타워즈에 출연했던 여배우 출신이라고 하네요. 이들 부부에게는 아들이 셋 있는데, 현재 첫째 아들 제이슨씨는 양산 및 양조장 운영을, 세째 아들 사이먼씨는 영업을 책임지고, 아버지와 함께 ACE사이더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여하튼, 어려움을 잘 견뎌내던 제프리는, 문득 샌프란시스코의 어떤 펍에서도 애플 사이더를 취급하지 않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고향 영국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애플 사이더가 미국 주류 시장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당시 영국에서 유명한 블랙선 (Blackthorn) 사이더를 미국에서 판매하게 됩니다. 애플 사이더는 너무 달기만 할 것이라고 여기던 미국 소비자들에게 달지 않으면서, 샴페인 같은 맛의 애플 사이더는 상당한 관심을 얻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블랙선 사이더 판매가 어느 정도 성공 했으나, 갑자기 다른 큰 주류 업체가 영국 블랙선과 미국 독점 판매권을 계약 하게 되고, 제프리는 영업권을 빼앗기고 맙니다. 하지만, 좌절은 없다! 여전히 미국에서 애플 사이더가 생소한 시절이었지만, 애플 사이더의 성장을 확신한 제프리는, 미국 땅에서, 100% 미국 사과로 만든, 미국 자체 사이더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영국 사이더 보다 더욱 다양하고 특색 있는 애플 사이더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사이더 제조에 전념하기 위하여 맥주 등 다른 주류 수입 및 판매업을 접고, 최고 품질의 캘리포니아 사과 과수원이 많은 소노마의 세바스토폴 (Sebastopol)지역에서 그 꿈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 첫 단추로, 새 회사의 이름을 고민하던 중, 제프리가 만들고 싶은 고급 과일 맛 애플 사이더, 즉 사과를 발효하여 만든다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과일의 맛과 특색을 지닌, 그리고 최고라는 점도 함께 잘 나타낼 수 있는, ACE 사이더로 정하게 됩니다. 카드 놀이에서 스페이드, 하트, 클로버, 다이아몬드 각각의 ACE들은, 비슷하지만, 다른 특성과 역할을 하는데, 그러면서도 항상 첫 번째, 즉 최고를 의미하기에 택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가 여담으로 들려준, 다른 후보들로는 킹 사이더, 퀸 사이더, 프린스 사이더 등이 있었다고 하니, ACE로 결정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미국 서부 최초의 사이더 양조장이 탄생하였으나, 그 시작부터 모든 것이 순탄 하지는 않았습니다. 금전적으로 어려운 부분과 더불어, 총 맥주 판매량의 20%가 애플 사이더인 영국 시장에 비하여, 아직 사이더를 마시는 것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미국 시장에서, 신생 ACE는 다양한 장애물을 겪게 됩니다. 예를 들어, 1999년, 미국 최초의 사이더 펍인 에이스 인 더 홀 펍 (ACE-In-The Hole Pub)은 초기 몇 년 동안 정말 파리만 날렸다고 하네요. 어려운 몇 년이 지나고, 같은 소노마 지역의 유명 맥주인 라구니타스 맥주도 함께 판매하기로 했고, 또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유명 뮤지션들의 공연 등을 추진하면서, 2005년 무렵부터는 에이스 인 더 홀 펍은 지역에서 가장 핫한 플레이스가 되었다고 합니다. 셋째 아들 사이먼도, 어린 시절, 수 백명의 사람들이 주말 마다 몰려오고, 주변 교통이 꽉 막히던 광경을 기억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순탄한 고속도로를 달리나 했지만, 다시 한번 큰 변화를 겪게 되니, ACE가 탄생했던 때부터, 자신의 와이너리 건물과 공연장소 등을 오래 동안 임대해 주었던 토드 씨가 2009년 생을 마감한 후, 그의 부인이 자신의 자식에게 건물을 넘겨주기 위하여, 제프리에게 떠나 줄 것을 요구하게 됩니다. 주류 면허 및 관계 법 등이 우리 나라 보다 훨씬 복잡한 미국이기에, 새로운 곳에서 그 때의 영광을 다시 이어 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ACE는 더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여 현재의 위치에 정착하게 됩니다. ACE 사이더의 2막, 제프리는 쫓겨난 듯 떠나왔지만, 행운의 여신은 그때부터, 자신과 ACE에게 찾아왔다고 합니다.

ACE 트로피컬 트리오 사이더 (Tropical Trio Cider)

대기업이 아니면서, 유일하게 미국 50개 주 전역에서 판매하고,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슈퍼마켓 체인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사이더, 지난 10년간 매년 25% 이상의 성장을 한 ACE는 제프리가 설립할 때 목표 하였 듯, 총 14개맛의 다양한 사이더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 중, ACE 탄생 21주년이었던 2014년 가을부터, 1년에 한 번 한정판으로 만들고 있는 시그니처 사이더인 ACE 블랙 잭 21 (BlackJack 21)을 비롯하여, 엔젤라가 스타워즈 영화에 출연했던 것을 기념하는 ACE 스페이스 (SpACE), 할로윈 파티용 ACE 펌프킨 등 다양하고, 재미있고, 맛있는 사이더들이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오늘 날의 성공한 ACE사이더를 만들어 준 ACE중 ACE는 세계 최초,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사이더인, ACE 파인애플입니다. 최근 개발된 ACE 구아바, ACE 망고와 함께, 열대 과일을 사용한 ACE 트로피컬 트리오 사이더들은 미국에서 가장 빠른 판매량 성장률을 자랑한다고 하네요. 이 열대 과일 삼총사의 뜨거운 인기 덕분에, 2020년,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ACE는 40% 이상 성장하였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주류 수입업에서 적잖게 적자를 보고 있는 저로서는, 그저 몹시 부러울 뿐이었습니다. 여하튼, ACE만이 가진 장점으로, 제프리와 아들들은 첫 째로, 품질에 대한 욕심 (예를 들어 설탕을 전혀 추가하지 않는 점, 발효시간이 길어지더라도, 더 맛있고 품질 좋은 사이더를 만들기 위하여 프렌치 샴페인 이스트를 사용하는 점 등), 두 번째로, 너무 달지도, 너무 드라이 하지도 않으면서, 풍부한 과일향이 어울려진 조화로움, 세째로 항상 최초, 최고의 사이더를 만들기 위한 끝없는 시도와 창의력을 꼽았습니다.

한국 트랜스포터 독자 분들께 한마디

ACE 가족들은 한국 고객들에게 애플 사이더는 최근 가장 핫한 트렌드인 건강하고 즐거운 주류 문화에 가장 적합한 제품이라며, 그 이유로, 몸에 좋은 사과를 발효하고, 과일을 넣어 만든다는 점, 설탕을 넣지 않고, 저 탄수화물, 글루텐 프리 (Gluten Free), 비건 (Vegan) 음료라는 점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대량 생산되는 저가의 사이더에는 과일보다 인공 재료를 더 많이 쓰는 경우도 있으니, 꼭 품질 좋은 사이더를 골라서 마시기를 권한다고 합니다. 한식을 엄청 좋아한다는 제프리 뿐만 아니라, 학교 룸메이트였고, 지금도 가장 친한 친구가 한국인이라는 막내 아들 사이먼은 한국 음식 중 갈비와 순두부를 제일 좋아한다면서, 한국의 매운 음식들과 ACE사이더의 페어는 완벽한 찰떡궁합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제프리는 한국의 고객들에게, 마음을 열고 (Be Open), 애플 사이더와 같이 다양한 주류에 도전하다 보면, 더욱 맛있고, 재밌고, 또 건강한 자신만의 술들을 더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합니다. 코로나가 좀 더 진정되고, 다시 편하게 미국으로 여행을 오시게 되면, 도시 속 펍이나 바, 그리고 대학교 주변 식당 뿐만 아니라, 디즈니 랜드, 슈퍼마켓 등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ACE 사이더를 꼭 마셔 보기를 권한다고도 하였습니다. 혹시, 러시안 리버나 라구니타스, 베어 리퍼블릭 맥주 탐방, 혹은 소노마 와인 투어를 오실 계획을 세우신다면, 에이스 더 홀 펍에 들리셔서 제프리와 아들들을 만나 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것 입니다. 단, 사이더 생산에 집중하기 위하여, 펍은 금요일 오후에만 열고, 대중 교통으로 접근하기 힘든 소노마 카운티 외곽에 있다는 점은 유의 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아울러, 하우스 패밀리 모두는 빨리 코로나가 끝나서, 꼭 한국을 방문하고 한국 고객분들과 직접 인사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하네요. 빨리 그 날이 오기를 다 함께 바래 봅니다.

마무리

낯선 미국 땅에서 꿈을 이루기 위하여, 사랑하는 사람과 멀리 떨어지며 영국을 떠났을 젊은 날의 제프리는,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도 항상 자신의 꿈과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 왔습니다. 쉽지 않았던 ACE의 시작과 성장, 그리고 다음 세대들이 이어갈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는 그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노력과 자신이 이뤄 놓은 것들, 그리고 ACE사이더의 품질과 맛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멋진 영국 노신사였습니다. 그와 아들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세계 최초, 최고를 만들어 내는 것이, 꼭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들만 이뤄내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부인과 가족을 보살피기 위하여, 욕까지 먹어 가면서도, 묵묵히 영국 주류 판매 일을 해 왔고, 오랜 시간 그렇게 모은 돈으로, ACE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았던 제프리는 ACE와 함께 하며 가장 뿌듯한 시절이 언제 였냐는 질문에, “ACE가 사이더의 본고장 영국에서 상을 받았는데, 그 때는 마치 70년대 캘리포니아 와인이 프랑스 블라인드 테스팅에서 일등을 했던 ‘Judgement of Paris’ 같은 기분이었다”고 하면서도, “무엇보다도 내가 노력하여 ACE사이더를 성공시킨 덕에 아내와 36년을 함께 잘 살아왔고, 세 아들들 모두 학교에 보낼 수 있었다”며 수수한 웃음을 지으면서 평범하고 당연한 일을 업적처럼 뿌듯하게 이야기 하는 그가, 우리의 아버지들, 그리고 우리 자신들의 모습 같아서, 더욱 따뜻하고, 더욱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또, 그런 아버지를 따라서 화려한 실리콘밸리의 직장을 그만두고, ACE를 가업으로 이어가고 있는 두 아들들이 이끌어 갈 차세대 ACE에도 더욱 큰 기대를 하게 됩니다. 지난 번 러시안 리버의 비니와 나탈리와 마찬가지로, 하우스 집안 사람들도 최근 산불로 피해를 입은 사과 과수원의 사과로 특별히 만든 ACE Windfall 사이더의 판매 수입금을 산불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에게 기부하고 있다고 하네요. 좋은 사람들이 만든 ACE사이더, 기회가 되신다면 제프리의 권유처럼 마음을 열고 한 번 즐겨보세요. 아울러, 우리 나라에도 충청지역의 댄싱사이더와 같이 고품질의 맛있는 사이더를 만드는 양조장들이 더 많이 생겨서, 한국 애플 사이더의 미래를 이끌어 주시기를, 그래서, 가까운 미래에 한국 사이더가 전 세계에서 일등도 하고, 대대로 이어지는 훌륭한 가업이 될 수 있기를 함께 바래 봅니다.